우리 집엔 달팽이가 산다(부제: 아프리카 왕달팽이 키우기)
“혹시 나 코로나 블루인 건가?” 요 몇 달 출처 없는 무기력함에 시달린 히죽이다. 재택근무로 퍼져버린 몸뚱이,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까지. 세상 모든 것이 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겼다.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‘우울’이라는 단어보다는 ‘허기짐’이라는 표현이 맞겠다. 그저 뭔가를 끊임없이 해도 행복, 만족이 뒤따라 오지 않았다. 이상하게 화가 치밀고, 울적한 날들이 계속됐다. 마치 이 나간 접시처럼 완전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가 난 상태였다. 이런 내게 남편은 반려동물을 제안했다. 내가 예전과 달리 예민해 보인다면서 말이다. 남편의 제안이 꽤나 마음에 들었으나,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웠다. 1. 털이 날리지 않을 것 2. 시끄럽지 않을 것 3. 냄새가 나지 말 것 즉, 흔히 키울 수 있는 고..
LIFE
2020. 12. 11. 22:46